조국(祖國)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의 아버지의 나라
우리는 이곳을 나의 나라, 아(我)국이나 아버지의 나라, 부(父)국이 아닌
할아버지의 나라, 조(祖)국이라 부릅니다.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나라, 대한민국(大韓民國)!
얼마전 월드컵때 그토록 목놓아 외치던 이름, 대한민국.
우리는 왜 그토록 대한민국을 외쳤을까요?
인류에 하나밖에 않남은 분단의 조국(祖國).
한때는 만주벌판까지 우리의 영토였다고 하는데…
그곳의 사람들은 왜 지금은 우리와 같이 한민족(韓民族)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두만강과 압록강을 경계로, 한민족이 그토록 오랫동안 우리영토를 지켜올수 있었던 것은
어떤 힘일까요?
과거 고구려, 백제, 신라로 분리되었어도 다시 하나로 통일(統一)되고 지금까지 한 민족으로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요?
그리고 왜 분단된 남과 북은 하나의 조국을 외치며 서로를 향하여 있을까요?

사실 지금의 지구상 모든 나라들이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나라를 정하고 시작한게 아니고 보면,
모두 분단 되었거나 통일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지구상의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로 비춰지는 것은
왜 일까요?

이웃에는 일본, 중국, 러시아 가 있는데,
그들과는 철저히 우리와 경계를 긋고,
또한 우리를 그들과 구별할 뿐만 아니라 그들로부터 우리를 철저히 지키려고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념이 다르고 환경이 너무나도 다른 북한은 하나이기를 바라고, 이념과 환경이 비슷한
이웃나라들은 왜 하나가 될 수 없는 걸까요?

역사상 모든 전쟁은 인접한 나라들의 분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는 과거 수많은 영토전쟁을 하였고,
특히 유럽에서의 분쟁은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서로 민족(民族)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세계1차대전, 세계2차대전 모두 알고보면 발단은 모두 민족전쟁이었지요.

 

민족(民族)…
민족이란 무엇일까요?
과연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하는 민족은 어떤 걸까요?
그리고 그런 민족의 형성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오래전에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민족을 정한것도 아니고,
인류가 자생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스스로 시작한것도 아니고 보면,
자연적으로 그들이 민족을 이루어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살게 된 중요한 요인이 있을텐데,
과연 그것은 뭘까요?

우리가 이념적으로 대립(對立)하고 있고
환경이 너무나도 다른 북한을 우리의 민족이며
한 조국이라고 하는 것도,
유럽에서 수많은 지역간의 분쟁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수많은 나라들이 자기의 지역을 수호하고
국가를 이루며 지탱하는 것도,
미국이라는 거대국가 아래 멕시코가 건재한 것도 바로 인접국가(隣接國家)이지만 서로 흡수될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민족은 갈라설 수 없으며,
언젠가는 통일(統一)이 된다는 것과 그 통일을 위해 민족은 끊임없이 싸운다는 것을 통해,
우리는 민족의 위대성과 그것을 형성하고 지탱하며 이끌고 가는 그 무엇이 매우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그 민족들이 각기 다른 고유의 언어(言語)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현생언어와 기록언어를 포함해서 각기 다른 5천5백가지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웃나라 중국에는 80여가지 언어가 있는데,
그들은 소수민족으로 그들만의 구역을 정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과거 소비에트연방 이었던 소련도 끝내는 러시아를 비롯해 크로아티아 등 각 다른 언어를 쓰는
민족으로 분리된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거대한 러시아와 중국사이에 바다도 없이 몽골이 있습니다.
우리하고는 우랄알타이어족으로 매우 흡사한 언어와 생활방식을 갖고있지요.
그들은 징기스칸 이후 쇠퇴하여 지금은 매우 낙후되었지만,
러시아나 중국에 흡수되지 않고 꿋꿋이 척박한 영토에 자리잡고 국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나라들만 보아도,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태리…등등
많은 나라들이 바로 인접해서 존재하는데,
모두 민족을 형성하고 그들의 문화를 소중히 계승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나라들의 언어(言語)가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다른 나라지만 중동(中東)의 많은 나라들이 아랍권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들이 종교적 이슬람권으로 ‘코란’의 언어(言語)인 아랍어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종교적 유일사상으로 거대한민족(巨大一民族)인 이슬람권의 중동을 제외하고,
서로 인접한 나라끼리 같은 언어(言語)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바로 우리나라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된 나라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언어(言語)…
인간에게 있어, 언어는 없어서는 않될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입니다.
그 언어의 차이로 인하여 민족이 형성이 될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것입니다.
과거 역사적으로 그 거대한 중국에 우리나라 같은 작은 나라가 흡수되어 버리고 말수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우리를 지켜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일제 36년간의 그 암울한 시대를 꿋꿋이 버텨나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우리가 우리를 서로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진정한 우리의 언어(言語)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우리 스스로가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민족임을 스스로 기억하고 일깨우는 우리만의
보이지는 않는 힘 이였던 것입니다.
또한 이념의 차이로 인하여 6.25사변이 일어나고,
한반도가 반으로 분단되어 반세기가 넘도록 단절(斷絶)되어있어도,
끊임없이 우리는 하나임을 느끼는 것도 바로 하나의 언어(言語)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언어 즉 우리의 한글은 우리에게 있어 우리 한민족을 한민족 답게 할 뿐만아니라
우리 민족을 하나로 끌어안는 울타리였던 것입니다.

기호학(記號學)에서의 언어는 도상(圖像), 지표(指標), 상징(象徵) 중에 지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모두 그림이나 실물을
통해 의사전달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언어 즉 문자(文字)가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상(圖像) 만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지표(指標)적인 문자를
만들어 그 커뮤니케이션을 완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 커뮤니케이션 선상(線上)에 언어 즉 문자라는 지표적 기호가 있고,
그 기호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시각화(視覺化)하는 것은
한 민족의 문화를 면면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그래픽 디자이너의 역할과 위치가 얼마나 중요하였는가를 단적으로 말하여 줍니다.
역사상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된 언어가 민족을 이루는 매개체(媒介體)였고,
그 매개체인 언어는 또 다시 민족을 이끌고 가는 울타리 였다면,
그 위대한 언어를, 보이는 시각디자인으로 표현하는 우리 디자이너들은 우리 민족이 우리 민족답게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올 수 있었던 끈(線)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리내어 외치지 않았어도,
우리 디자이너들의 손에서 나온 모든것들이 바로 조국을 위한 절규였고, 외침이었던 것입니다.
더 나은 우리조국(祖國)을 위해 역사상 그 수 많았던 상징물들과 언어의 표현 등은 모두
우리 손에서 나왔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의 아버지의 나라,

우리조국(祖國) 대한민국!

이 아름다운 조국을 위해,
이름 없이 살다간 그러나 우리민족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올 수 있도록 보이지않게 땀 흘린,
과거에는 그렇게 ‘디자이너’라고 불리우지 않았었겠지만…
앞서 사신 우리나라 역사상 수 많았던 선배(先輩) 디자이너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머리
숙여 경의(敬意)를 표합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 조국을 위해 우리의 머리와 손을 움직일 것입니다.
그리고 일어나 걸어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사랑하는 미래의 우리 자손(子孫)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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