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王字)
"가면 오리 오면 십리”.
저희집 뒤에는 산책로가 있는데, 저희집쪽에서 시작하는 지점에 위와 같은 문구가 씌여있는
석판이 하나 있습니다.
산책로는 오랜시간 동안 잘 가꾸어 있어서, 숲이 우거져있고, 여름에는 모기잡는 기계가 곳곳에
있어 사방에서 ‘지직’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날씨가 좋은 저녁에는 많은 사람들이 거닐거나 밴치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며 한가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도 제일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그중에 하난데, 추운 겨울에는 동네 헬스장을 찾지만 가능하면 산책로에서 조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런닝머신 보다는 땅을 짚고 내몸이 앞으로 나가는 것이 더 기분 좋기
때문이지요.
사실 기계가 돌기 때문에 내몸이 따라가는 것 보다는,
내가 움직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운동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왕복 30분.
뛰는 것 보다는 빨리 걷는 것이 체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배부분…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전에는 자신있던 건강도 이제는 조금씩 살펴보게 됩니다.
“나는 살찌지 않는 체질이야!”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것은 없는 모양입니다.
자연히 TV에서 몸에 좋은 음식이나, 뱃살빼는 운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하는 나를 발견
할 때면, 스스로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재밌는 것은, 인체에 어떤 부분도 성형이 가능한데, 복부의 왕자(王字)는 성형이 않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남성의 가슴근육도 외국의 배우들은 성형을 한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복부근육은 순전히 운동으로만 키울수 있다고 합니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것이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이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TV에서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배우들이 나올 때, “와! 저 왕(王)짜 봐라.” 하면서 우리는
그를 정말 왕(王)처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어느 부대에서는 복부의 왕자(王字)심사를 해서 포상휴가를 보내준다고 하여, 부대원들이
윗몸일으키기를 하느라, 한바탕 소란을 치뤘다는 재밌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헬스장에 가면 유독 많이 몰려있는 데가 런닝머신인데, 그것도 알고보면 뱃살빼는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탈의실에 들어가 봐도, 같은 남자들끼리도 배나 온 사람들은 숨을 들여마시고, 배를 안으로
넣고 다니는 모습이 우리 신체에 있어서 중간을 차지하는 배부분이 얼마나 그사람의 스타일을
만드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연 복부근육에 왕자(王字)가 자신있는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흐믓해 함은 물론 벗은 체
탈의실을 활보하고 다닙니다.
그만큼 자신 스스로 땀의 결실을 보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남몰래 흘린 땀이 많았을 겁니다.
어느 한순간 흘린 땀도 아니요, 단기간내에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을 겁니다.
때로는 쉬고 싶고, 바쁜 일도 많았겠죠.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끝내 그의 몸이 그에게 보여줍니다.
"당신은 왕(王)입니다.”라고 하며,
그의 몸 중앙에 멋진 근육으로 왕(王)을 새겨줍니다.
이 얼마나 멋진 훈장입니까?
자신의 몸이 자신에게 준 성실과 인내의 훈장.
우리는 디자인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과연 나는 디자이너인가?”
“디자이너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학생에서 신입사원으로 그리고 대리, 과장, 부장… 사장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않하고 디자인 관리업무를 하면서도 나를 디자이너라고 스스로 부를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나를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내 스스로는 잘 알며, 그것을 부인합니다.
"디자인(Design)을 안하면 디자이너(Designer)가 아니야!”라고 디자인(Design)은 내게
말합니다.
마치 헬스장을 등록해 놓고 정작 운동은 나가지 않는 것처럼, 배만 나오고 내 몸은 결코 내게
왕자(王字)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 디자인을 해야 돼”.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30년만 꾸준히 걸어가자!
매일 30분의 조깅처럼, 디자인을 하며 앞으로 걸어나가는 거야!”
이제 밖으로 나오세요. 그리고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걸으세요.
진정 여러분들이 ‘디자이너(Designer)’이기를 바란다면, 이제 새로운 결단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디자인을 '직접’ 하십시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사 조직 구조상 디자이너들은 디자인보다는 그 외의 관리쪽의 일들이 더
많이 주어집니다. 이때 많은 디자이너들이 고뇌합니다.
그리고 실제 많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에게 “나는 디자이너야!”라고 최면을 겁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스스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디자이너가 아닌 것을…
끊임없이 운동하지 않으면 그 결실을 내 몸에 맺을 수 없듯이, 계속해서 직접 디자인하지 않으면
디자이너로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너무 어려운 환경과 회사구조라면, 선택하십시오.
관리자나 경영자로 남든가 아니면 그곳을 나와서 디자이너로 시작하든가…
디자인회사가 성공할 수 는 있어도, 디자이너로서 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길을 가기를 소망하지만, 스스로 안주하고 그 길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디자인만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것이 디자인(Design)이 우리에게 주는 왕자(王字)라면,
복부(腹部)의 왕자(王字)가, 인내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듯,
계속 끊임없이 직접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에게는 받드시 그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 밖으로 나왔습니다.
앞으로 걷기 위해서… 그리고 디자이너의 결실을 맺기위해서…
내 복부(腹部)에 왕자(王字)가 새겨지듯, 내 디자인(Design)에 왕자(王字)가 새겨지는 그날까지…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