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航海)

 

수업을 하다가, 간혹 학생들하고 대화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질문들이 진로(進路)에 대한 것들인데, 보면 늘 빠지지 않고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수님 회사에 들어갈려면 어떻게 해야돼나요?" 또는 "교수님께서는 디자이너를
뽑으실때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때 정말 난감합니다. 사실 쉽고도 매우 어려운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를 채용할 당시의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서, 늘 어떠한
정확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디자이너를
채용하게 되기때문입니다.
경력이 많다고 또는 적다고 되거나 않되는것이 아닌것입니다.
컴퓨터를 잘다루거나 일러스트레이션을 잘 표현한다고 당락을 좌우하는것도 아닙니다.
중요한것은 그 당시 필요한 자리에 가장 적임자(適任者)인가 입니다.
즉 경력이 많아서 떨어질수도 있고, 경력이 적어서 합격할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력을 채용할때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한가지 '기준(基準)이 있는데, 회사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은 "현재 우리회사의 직원들과 잘 융합(融合)할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인가" 입니다.
말하자면,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서로 돕고 사랑하며,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사내분위기를
이끌수 있는가 입니다.

회사(Company)는 바다를 항해(航海)하는 거대한 '배'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서서히 때로는 빠르게 항진(航進)하고 있는것이지요.

항해하는 배에서는 각자 맡은자리가 있습니다.
선장은 '키(key)'를, 기관장은 기관실의 '엔진'을, 주방장은 음식을, 항해사는 현위치와 항로를,
선원은 각각 갑판과 돗, 닻 등 맡은 자리가 있습니다.
선 장은 모든 부분의 상황을 잘 파악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하지만 선장이 배의
모든것을 다 안다고 해서 기관실에 가서 엔진을 돌보고, 갑판을 닦고, 돗대위에 올라가 돗을
점검하고 한다면 아마 배는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파고를 잘 해쳐나갈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선원이 맡은 자리를 버려두고 주방에 가서 요리를 하거나 조타실에서 타전을 친다면,
누군가는 그 빈자리를 감당해야 합니다.

바다는 잔잔할때도 있지만, 때로는 거친 파도가 치기도 합니다.
배가 옳바른 항로와 최단시간동안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같은 배를 탄 선원 모두가 제자리에서
제몫을 완전히 수행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선원들이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함께 가지는 않을수 있습니다.
도중에 내리는 선원들이 있지요, 다른 배로 갈아타는 선원들...중간 기착지에 내리는 선원들...
그러려면 배는 우선 잠시 멈춰서야 합니다.
이동중인 배에서 다른 배로 옮겨탈수 없기때문입니다.
그리고 도중에 내리는 선원의 빈자리를 위해 배는 또다른 선원을 태우기 위해 잠시 멈춰야 합니다.
즉 이직률(移職率)이 높은 회사일수록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것이지요. 물론 이직률이 높은데는
회사의 책임도 있지만, 회사입장에서는 직원의 품성이나 성향으로 평가를 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를 뽑을때, 계속해서 한배를 타고 목적지 까지 함께 갈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더 좋은 환경과 더 높은 보수로 회사를 옮기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주는 직원을 신뢰할 수 밖에 없는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믿음안에서 안정적으로 서로 도우며, 일탈되는 일 없이 긍적적이며,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는 직원을 더 회사에서는 필요로 하는것입니다.

디자이너(Designer)는 '회사'라는 큰배를 타고, '디자인'이라는 위치에서, '회사'가 이루고자하는
'비젼'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는 '선원(船員)'입니다.
선원이 배의 목적지와 다른길을 가고싶을 때는 그 배를 타서는 않됩니다.
나의 '비젼'과 같은 목적지를 향해가는 '회사'라는 이름의 배를 탔을때, 나는 나의 비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며, 그곳에서의 나의 '디자인'은 비로소 빛을 발할수 있는것입니다.

디자인(Design)은 혼자서 이룰수 있는것이 아닙니다.
우선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하고, 기획이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는 카피가 더하여지고, 포토 등 이미지가 합하여 아트디렉팅을 통해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그것을 가공을 거쳐 지면이나 공간 또는 웹등을 통해 표출되는 것입니다.

클 라이언트(Client)는 디자인회사를 믿고 프로젝트를 맡깁니다. 즉 디자이너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을때는 그 디자이너가 그 디자인회사에 속해 있기때문에 그 디자인을 하게 되는것이지,
그 스스로 일을 수주해서 일을 진행한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 디자이너 스스로 일을 수주하고
디자인을 한다면, 그 만큼 규모나 비용이 축소될수 밖에 없고 진행을 위해 디자인 보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일에 시간을 더 소요해야 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것입니다.
말하자면 그 디자이너가 속해있는 회사의 가치가 바로 그 안에 있는 디자이너의 가치와 같습니다.
바꾸어말하면, 나의 진정한 가치표출(表出)을 통해, 내가 소속되어있는 회사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할수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공동의 가치표출을 통해 회사의 비젼이 성취되고, 그와 더불어 나도 함께 비젼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디 자이너들에게는 그 소속회사의 이름에 걸맞는 일들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이름의 가치를 위해 모든
직원들이 동분서주 하며,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날때나 외주처 관리할때 각각 맡은 파트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아트디렉터는 디자인 퀄러티 유지를 위해 국내외 디자인경향을 살펴볼것이며, AE는 클라이언트를 만날때 회사의
얼굴로 최선을 다할것이며, 외주를 주는 인쇄나 가공의 퀄러티를 높이기 위해 뛰어다닐것입니다. 이는 내가
소속되어있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이름의 가치를 세우기 위한것이며, 그것이 바로 나의 가치와 동일하다고
인식하기때문입니다.
이렇게 합력(合力)하여 주어진 '디자인'이라는 업무는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며,
나의 비젼을 성취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는것입니다.

간혹 인터뷰를 하다보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면서, 아트디렉터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 혼자서 모든 디자인을 했노라고 얘기하는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디자인을 할때에는 늘 주위에 스승들이 있습니다. 기획자가 있고, 카피라이터, 사진작가 그리고 아트디렉터
또는 동료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내게 있어서 직,간접으로 내 디자인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스승이 내주위에 많을 수록 디자인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입니다.
디자인을 나 홀로 할수 없다는것을 철저히 깨달았을때, 디자이너는 주위에 감사하고 또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것입니다.
즉 서로 돕고 사랑이 흐르는 회사의 분위기는 좋은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새롭게 채용할때는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가가, 매우 중요할수 밖에 없는,
보이지않는 채용기준(採用基準)이 되는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채용 포인트(point)가 있는데, 그것은 회사에 대한 정보(情報)입니다.
간혹 어떤 응시자의 경우는 그 회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뷰시 오히려 면접관에게 회사에 대해
묻는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들어가고자 하는 회사에 대한 결례(缺禮)라고 생각합니다.
회 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기 전에 그 회사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어야하는것은 기본이지만, 설령 여러사정상
이력서 제출전에 미리 알지못했다고 하더라도, 인터뷰전에는 회사의 웹사이트 정도는 숙지(熟知)하고 임해야
하는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회사의 비젼과 나의 비젼의 합일점(合一點)을 찾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이상(理想)적인 자세는 들어가고자하는 회사들을 학생때 부터, 오랫동안 차근차근 면밀히 분석하여 그 회사의
비젼을 통해, 나의 비젼을 성취시킬 수 있는가를 검토하고 마음을 정하여, 그 회사의 문(門)을 계속 두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않될것이 컴퓨터 능력과 같이 '툴(Tool)'을 다루는 능력은 필수항목이기 때문에 그것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지원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것입니다.
여기에 디자인 능력의 가능성까지 더해졌을때, 그 사람은 그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입증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디자이너가 있으며, 또한 많은 디자인회사들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각 나름대로 기호(嗜好)와 성격(性格)이 다르듯이, 회사도 그렇습니다.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의 회사는 어떤곳이 있으며, 그곳에서 내가 일할수 있으려면, 먼저 어떤것을 스스로
갖추어야 하나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인터뷰 할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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