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표의 위력

 

Presentation...
우리는 이것은 '피티(P.T)'라고 부릅니다.
이는 Presentation의 약자인듯 보이지만, 사실 그안에 내포되어있는 숨은 뜻은 "피가 튄다"라는 뜻과
군대 유격훈련인 P.T.(Physical Training)을 뜻합니다.
그만큼 힘들고 살벌하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특히 경쟁시안제도를 우리는 '경쟁 P.T.'라고 합니다.
'경쟁피티'는 말그대로, 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2~3 디자인회사가 디자인시안을 준비해서,
클라이언트 앞에서 설명을 하고 낙점을 받는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있는 일로 여러분들은 모르시는 분들이 없으실 겁니다.

이 제도는 클라이언트에게는 여러회사로 부터, 계획하는 프로젝트의 시안을 미리보고 평가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않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우선, 디자인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경우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에서 기업소개 브로슈어를 만든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먼저 A기업은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기업 브로슈어의 방향을 정합니다.
그리고 디자인 에이젼시나 디자인 소스북을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느낌의 작품을 했거나, 가능성있는
디자인회사를 찾습니다. 때로는 평소의 눈여겨 봐둔 회사에 연락을 합니다.
연락을 받은 B디자인회사는 그들의 스타일로 그 A기업을 위해 더 발전된 모습으로 브로슈어를 디자인합니다.
이 는 늘 그 디자인스타일을 위해서 연구하고 실험해왔었기 때문에 그 스타일의 장점과 단점을 누구보다
더 잘 알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인 A기업이 그들을 선택해 주었기 때문에, 그들이 제일 잘할 수있는
것으로 전력을 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이언트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브로슈어가 보장될 뿐만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작품을 얻을수 있습니다.
디자인 회사에게는 그들의 스타일로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표현할수 있어 그들의 포트폴리오가
더욱 풍성해 질뿐만 아니라, 그에 상당하는 댓가를 지불 받을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경쟁시안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경쟁시안을 받았다가, 선택되지 않은 회사에게는 rejection fee(거절비)를 그들이 들인 노력의
댓가만큼 지불해야 합니다. 거의 완성프로젝트 디자인비와 맞먹는 비용이지요.
전에 한국의 모기업에서 미국의 모디자인 회사에 디자인을 의뢰했다가, 시안을 보고 다른 디자인회사로 옮긴적이 있었습니다.

우 리나라 상황으로 보면, 디자인 시안이 마음에 않들어서 디자인회사를 바꿨다는게 통용이 됩니다.
그리고 자연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당시 그 기업의 윗분들도 그렇게
쉽게 생각하셨던가 봅니다. 결국 법정공방 끝에 거액의 거절비(rejection fee)를 물고, 다른 디자인회사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답니다.
이런것이 통용되는 미국의 디자인에 대한 사회분위기는 곧 디자이너의 역량을 최대한 살릴수 있는 좋은 디자인으로 이어지고,
구태여 경쟁시안을 통해 이중으로 비용을 지불할 필요를 못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다시 살펴봅시다.
위와 똑같이, A기업에서 어떤 브로슈어를 만든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우선 소위 이름있는 디자인회사 3~4곳의 A.E를 부릅니다.
그리고 만들려는 브로슈어를 설명하고, 몇일까지 기획안과 견적과 시안을 제출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디자인 회사 B, C, D는 주어진 기간동안 나름대로 기획을 세우고, 무엇보다 A기업을 연구합니다.
A기업은 그동안 어떤 스타일을 선호했는가? 그리고 A기업의 색깔은? 등등...
디자인 회사의 개성은 사라지고, 얼마나 크라이언트의 입맛에 잘 맞추는가에 디자인 방향이 정해집니다.
자연히 완성된 디자인회사 B, C, D의 시안은 거의 일맥상통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과를 보면, 디자인 B, C, D의 시안이 거의 비슷해진다는 것입니다.
기획안이나 견적도 별반 다른점이 없습니다. 그래도 차이가 난다면, 수치적으로 드러나 있는 견적으로 선택을 하게됩니다.

결국, 클라이언트인 A기업은 여러시안을 미리 받아보지만, 정작 디자인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개성을 살린
디자인 보다는 클라이언트인 A기업의 기존 이미지를 조금 상승시키는 정도로 마무리 되는것이죠.
물 론 선정된 디자인회사는 더 좋은 디자인을 위해 많은 기획안과 시안을 통해 설득해 보지만, 애초 잘못 끼워진
'첫단추'로 인해, 디자인회사의 스타일을 존중하고 시작한것이 아니라, 많은 디자인회사중 하나라는 인식으로 언제든
바꿀수 있다는 사고자체가 디자인회사는 단지, A기업의 윗분들의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리게 되는것입니다.

이런 경쟁시안제도가 겉으로는 경쟁적으로 디자인을 하여, 디자인의 질을 높여나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한국 디자인의 평준화를 계속 유도하고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만 할것입니다.

흔히 우리나라 디자인은 왜 외국의 디자인 보다 떨어질까? 라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합니다.
외국의 디자인 작업물을 보면서, "와 정말 좋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못하지?"
"우리디자이너들은 생각할줄을 몰라!..." 라고 쉽게 얘기 듣곤 합니다.

물론 지난 컬럼에서도 얘기했듯이 우리 디자이너들에게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단지, 우리 디자이너들 만의 문제일까요?

21세기 디자인선진국은 한국이라는 정부의 선언도 있었습니다.
과연 지금의 디자인적 현실과 환경과 제도안에서 우리 디자이너의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수 있을까요?

진정 디자인 선진국이 되려면, 이 '경쟁시안제도'는 없어져야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디자인이 세계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될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들에게는 늘 똑같은 시안을 받는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정부기관에서 있는 입찰제도 또한 사라져야 합니다.
견적가로 디자인회사를 선택했을때 오는 Quality는 우리나라 디자인의 후퇴를 배가시킬수 밖에 없습니다.
최고의 디자인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투자가 따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회사들은 최고의 인재와 최고의 기자재 그리고 급변하는 국내외 자료들을 계속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그런 땀의 댓가가 보장되지 않을때, 디자인회사들은 투자에 소극적으로 될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 한국디자인계 저변에 깔린 사회와 정부에 대한 아쉬움이 작품으로 표출되는것입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우리 디자이너들이 아무 생각없이 디자인을 하는 듯 보여지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디자이너들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힘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디자이너는 아웃사이더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와 부딛치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현실로 계속 빠지고 있는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당당히 '경쟁시안제도'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니면, 충분한 시안비나 거절비(rejection fee)를 요구할수 있어야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디자인을 맡기시려면 저희를 믿고 맡기십시요" 라고 말할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진정 디자이너가 되기를 원하신다면, 책상 앞에 만 앉아 있지 마십시요.
이제 우리 디자이너도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그동안 관료주의로 운영되어온 kidp(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원장을 경선에 의해 디자이너 출신으로 뽑았던것을 여러분들은 기억하실겁니다.
그 전에는 상상할수도 없었던 일이었지요. 하지만 디자인 진흥을 위해 디자이너가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이에 우리나라 디자인단체 가 하나가 되어 정부에 맞써 싸웠습니다.
성명서를 내고 투쟁했습니다. 이 모두를 인터넷을 통해 전개 하였습니다. 또 때로는 직접 찾아가기도 하구요...
우리는 하나하나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드로 들어와서 같이 호흡하고 한힘을 발휘해야만 우리가 현재 겪고있는
불이익과 불공정한 제도적 병폐를 이길수 있습니다.

몇년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3표로 당락이 뒤바뀐 사건을 여러분들은 기억하실겁니다.
여러분의 작은 참여가 모여서 큰힘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요.
주위의 디자이너들과의 연대는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 또는 협회활동 등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모아야 할때 입니다.
우리나라 디자인의 중흥을 위해, 각자의 역량을 높이는것과 더불어 사회적인 병폐를 우리가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어느 한사람의 손에서 될수 있는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뜻을 모아, 각자 위치에서 때로는 모여서 계속해서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나가야 할것입니다.
우리 다음세대 디자이너들에게는 정말 풍요한 환경을 열어주고, 세계에 우리 한국디자인이 우뚝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우리 디자이너 여러분, 단 한표의 위력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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